남산에서의 둘째날이 밝았다.
저녁에 했던 수영이 도움이 된건지, 푹신한 호텔침구가 좋았던 건지 - 잠자리가 바뀌어서 걱정했는데, 가족들 모두 꿀잠을 잤다.
한강을 바라보고 있는 통창이라 여름태양의 눈부심에 일어났다. 하얏트 실내는 암막블라인드와 반투명 블라인드로 이중 설치되어있고 각각 내릴 수 있는데, 왠지 암막으로 가리고 싶지는 않은 풍경이다.

아침식사부터 야무지게, 더테라스 조식은 규모가 작아도 요모조모 신경을 많이 쓴 모습이다. 달걀요리가 있더라도 삶은 계란 옆에 황금색 훈제란을 준비해 둔다거나, 가마솥에 한식을 준비해 둔다거나 보기에도 먹음직 스러운 모습이다. 지난 겨울 조식에서 가마솥에 있는 국밥을 꼭 먹고 싶었는데, 너어무 배가 불러서 먹지 못한게 아쉬워 오늘은 오자마자 한식으로 한상 차려먹었다.
한식은 가마솥에 두가지 찌개 또는 국이 준비 되어있는데, 이틀 단위로 메뉴가 바뀌는 것 같다. 김치찌개가 있는데, 다음날도 나올줄 알고 미뤘는데, 다음날은 다른 국이였다. 꼭 먹어보고싶었는뎅... 아쉬웡. 김치찌개 먹으러 다음에 또 와야겠네? ㅋㅋ




아침 식사를 든든히 하고, 남산으로 아침산책을 나갔다. 하얏트 정문에서 우측으로 나가면 남산둘레길 또는 공원으로 연결되는 다리가 있다. 이곳에는 항상 운동을 하거나 강아지와 산책 중인 사람들이 있다. 남산공원 산책길은 오르막 내리막, 굽은 길, 포장도로와 산 속 산책로가 섞여있어 런닝하기에도 좋아보이는 이 길은 은근히 복잡해 초행자는 길을 잃기 쉽다. 하얏트에서 연결된 다리를 건너면 금방 남산공원유아숲체험장이 나오는데, 만약 산책 중 길을 잃었다면 유아숲체험장을 이정표로 돌아오면 호텔로 돌아오는 길을 찾을 수 있다.


날씨가 많이 무덥다. 연일 폭염주의 안전문자가 수신되고있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주르륵. 그래도 산책 후 물놀이를 할 생각에 땀으로 젖은 옷이 불쾌하지 않다. 잘 가꾸어진 산책로를 따라가다보면 모네의 정원같은 남산야외식물원을 만날 수 있다. 꽃과 나비, 오리가족이 살고 있고 하늘 위로 잠자리가 날아다니는 이 곳은 여름날의 풍경 그 자체다. 우리는 이 곳에서 산책 중인 꿩도 만났다.


아직 아침 9시 무렵인데도 벌써 해가 많이 뜨겁고 온도가 높다. 남편과 나는 산행을 좀더 난이도 있게 해보고싶은데, 아이가 벌써 힘들어한다. 아이를 구슬려 더 가보기 위해 곤충찾기 대결을 했다. 찾을 때마다 1점을 더하기, 사마귀를 찾으면 5점이다. 남산공원은 자연그대로 관리가 잘되어있어 곤충이 많고 종류도 다양했다. 건강한 숲인 듯 하다. 나비와 잠자리는 하도 많아서 더이상 카운트를 하지 않기로 했을 정도다. 그러다 사마귀가 좋아할 만한 키가 크고 풍성한 풀숲이 나타났는데, 아이를 좀더 산책시킬 요량으로 여기 사마귀 있으면 대박이다. 하고 먼저 달려갔는데, 기적처럼 사마귀 한마리를 발견했다.
거봐, 엄마 말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겨.



이때부터 똑같이 무더워도 산책에 임하는 아이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사마귀를 컨트롤 하며 사마귀 먹잇감이 있을까 숲을 더 살폈다. 아빠는 아이를 위해 휴지통을 뒤져 깨끗한 일회용 컵을 하나 마련해 사마귀 집을 만들어 주었다. 이 사마귀는 이제 '하얏트'가 되었다.



날씨가 조금 선선해지면, 더 오래 깊은 산행을 해보고싶은 공원이였다. 길가에 쓰레기하나 찾기 힘듯 깨끗한 공원이였다.
그렇게 마무리는 모두가 해피한 산책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 뜨거워진 몸을 식혔다.
당장에라도 수영장에 풍덩 빠져들고 싶었지만,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수영장은 지금 성수기 시즌으로 이용시간대가 세타임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실내수영장은 앱으로 미리 예약을 해야하는 반면 실외수영장은 예약은 필요 없지만 세타임 중 하나의 시간대만 이용 할 수 있다. (시간이 종료되면 수영장 외 썬배드에서도 나가야함)
우리는 11시에 시작하는 두번째 타임을 이용했다. 가장 해가 뜨겁고 높은 시간이기도 했다.


겨울은 이 곳이 아이스링크였다.
겨울에 수영장은 어떻게 채우고, 그 위에 아이스링크가 생기는 건지 참 신기하다.
수영장 바로 앞 썬배드는 미리 예약이 필요하지만, 바로 물 앞에 있다는 점, 썬배드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점 외에는 큰 매리트가 없어보였다. 반대편 유리테이블과 의자는 예약없이 누구나 사용가능 하고, 음식도 먹을 수 있다.
수영장은 호텔을 등지고 바라본 모습에서 오른쪽은 1.2M이고 가운데는 1.5M 왼쪽으로가면 최대 1.8M까지 깊어진다. 수질은 야외수영장인 만큼 깨끗하진 않다. 아니 오히려 더럽다는 느낌에 가깝다. 온갖 부유물이 둥둥 떠다닌다. 남편은 아이가 잠수를 하고 물을 꼬르륵 먹을때마다 질겁했다. 악!!! 물먹지 말라고!!!!! ㅋㅋㅋ
두번째 수영타임이 2시반까지인 이유가 2시반부터 세시까지는 수영장 재정비시간이라고 했다. 수중청소기 작업도 하는것 같던데... 우리는 이틀다 물이 관리된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걍... 못본척해...


서울 안에 탁트인 숲. 누우면 파란 하늘과 푸른 녹음만이 보이는 이 느낌.
서울 도심 한 가운데서 이런 풍경을 누릴 수 있다니. 이것을 왜 이제서야 알았을까 싶을 정도의 행복이였다.
남산 산중턱에 있다보니 주변으로는 높은 건물이 없고, 도시가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하얏트, 1978년에 오픈해 역사가 있는 곳인 만큼 호텔안을 채우는 녹음도 짙고 푸르다.
물놀이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한참을 했지만, 숲 속에 마련된 썬배드도 아주 매력적이였다. 큰 나무가 만들어진 그늘아래 썬배드에 누으면 발 아래로 계곡물이 졸졸 흐르는 계단식 썬배드도 있다. 이곳은 이틀간 내가 가장 사랑한 장소가 되었다.



물놀이를 실컷하고서 방으로 돌아온 우리는 배가 고프다. 물놀이를 하느라 조식외엔 점심도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준비해온 간식거리로 간단히 먹을까 하다가 바로 앞이 경리단길이여서 나가보기로 했다. 식당을 찾다보니 안성재 셰프의 모수도 그랜드하얏트 입구 바로 앞에 있었다. 우왕.



식당을 찾아 길을 나서는대 호텔 입구에 알록달록한 차들이 줄서있다. 아침에는 노랗고 빨간 스포츠카 두대가 서있었는데, 지금보니 이렇다. 이건 정말 호텔을 방문한 고객의 차량인지, 해당 브랜드의 홍보용 전시차량인지 궁금할 만큼 같은 브랜드 차량이 줄서있었다.
우리가 선택한 식당은 로코스비비큐다. 이곳은 그랜드하얏트에서 도보로 3분거리, 무엇보다 세네시가 된 애매한시간이였는데 로코스비비큐는 브레이크 타임이 없어 바로 식사가 가능했다.
그 짧은 거리를 걷는 동안 땀이 줄줄 난다. 식당 도착 바로 직전에 또 사마귀를 만나서 기분이 좋다! ㅋㅋ


매장 입구에서 커다란 주방이 먼저 보이는데 종류별 부위별 BBQ가 먹음직스러워보였다. 고기가 메인이고 빵을 찢어 셀프로 조리를 해먹을 수 있으며, 소스도 종류별로 다양히 구비되어있는 로코스비비큐. 언젠가 이런스타일의 BBQ를 먹어보고 싶었는데, 우리집 남자들의 취향저격이다. 양껏 쌓아놓고 장갑끼고 개걸스럽게 먹여야 어울리는 음식, 어제도 오늘도 미국스타일의 음식을 먹고있다.




나중에 계산을 할때보니 하얏트 투숙객에 10% 할인이 있다고해서 객실키를 보여드리고 할인을 받았다. 럭키비키!! 이날은 이벤트 진행중이여서 커피드립백도 선물로 받았다.
이태원, 경리단길, 해방촌 그렇게 유명세가 있어도 제대로 와본적이 없는 우리. 특유의 분위기가 낯선 우리기도 하지만 서울 속에 살다보니 오히려 서울안의 곳곳을 더 안다녀 본 것 같다. 되려 -리단길 시리즈 중에 황리단길은 가봤어도 경리단길은 처음인 지경 ㅋㅋ 그래서 무더위 속이지만 한번 둘러보자 마음을 먹었다. 이태원 하면 해밀턴 호텔 앞에서 시작하는 인근만 알고있는 나와 이곳을 전혀 모르는 둘. ㅋㅋ 지도보고 마냥 걷다가 해방촌을 가보자고 내가 제안했다.
해방촌을 가야 우리가 보고싶은 분위기를 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방촌 신흥시장에 오래알고지낸 친구네가 운영하는 카페가 있다. 만날 이야기 듣고 궁금해해놓고 실제 매장을 가본적이 없어 이참에 가보자 마음을 먹은 것이다.




하얏트 인근인 로코스 비비큐에서 경리단길을 걸으면 계속 내리막길이다. 길 끝에 대로변을 건너면 해방촌이고 해방촌 입구에서부터 신흥시장까지는 계속 오르막, 급경사의 길이다. 이걸 미리 모르고 겁없이 걸어갔다. 끝이 보이지 않고 거의 90도 경사가 반복되는 좁은 주택가 도로를 뚫고 걸어갔다. 아이들 힘들고 다리가 아프기 시작했고, 나는 모르는 길을 이끌고 나가는 입장이라 걱정도 되고 화도 났다. ㅠㅠ 그렇게 셋다 땀이 흠뻑 젖은채 겨우겨우 신흥시장에 도착했다.
겨우 숨을 돌리고 아이에게 힘든 일도 이왕하기로 했을 땐 기꺼이해야한다고, 모든 일이 마음먹기 달렸다고 훈계를 했다. 잘 알아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아이는 돌아갈 땐 반드시 택시를 타자고 몇 번이고 말한다. 나중에 일정을 끝내고 보니 시장 입구까지는 택시를 타고 올라왔어야 맞는 길이긴했다. 이런게 낯선길을 다니는 묘미인데, 이 날씨에는 내가 욕심을 낸게 맞다.
해방촌 오랑오랑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네이자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커피맛이다.
땀에 흠뻑젖은 우리에게 아는 맛 커피는 사막의 오아시스였다. 말로만 듣고 이야기는 익히들어왔던 매장을 이제서야 찾아오니 기분이 묘하다. 친구네엔 매장을 빠져나온 후에나 다녀왔노라고 알렸다.



카페에서 나와서도 땀으로 흠뻑젖은 티셔츠가 다 마르지 못했다. 배가 부른상태가 아니면 한번쯤 맛보고 싶은 분위기 좋고 맛있어 보이는 식당들이 가득했다. 해방촌의 분위기, 신흥시장 골목의 느낌이 이런거구나. 정확히 눈으로 목격할 수 있었다. 가을저녁이 되면 나들이겸 다시한번 와 봐야겠다.
돌아올 땐 약속대로 택시를 탔다. 신흥시장 입구쪽에는 마을버스도 많이 다니고 남산 중턱위 차도에 가깝더라. 차라리 하얏트에서 걸어 해방촌으로 갔으면 이렇게 힘들진 않았을텐데 싶다.
서울에 사시는 건 아닌가봐요.
우리가 애매한 위치에서 택시를 불러 호텔을 목적지로 했더니 기사님눈에 관광객으로 보이셨나보다. 그냥 대충 네... 해도 될만한 질문과 상황인데, 당황한 우리는 아... 서울에 살긴 사는데요... 라고 어버버 대답했다. 기사님은 남산주변이 남산을 보호하기 위해 개발이 다 막혀있어서 답답하다고했다. 개발을 하더라도 고도제한이라 재개발이 안된다하시며 한참을 이야기 하셨다. 우리는 속으로 여기는 이 모습이라 참 좋은 것 같은데... 하고 생각했다. 모든 일이 내가 속한 상황에 따라 입장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우리는 그저 남산에 놀러온 타동네 주민으로써 남산 주변은 이정도로 유지되어주면 좋겠다는 내 입장의 생각을 하게 되었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호텔은 쾌적함 그 자체. 자 아들아 고생했다. 여행 오기전 약속 했던 자유를 주마. 네 마음껏 놀거라.ㅋㅋ
나는 집에서 챙겨온 책을 펼치곤 수면제 처럼 낮잠을 잤다.
호텔로 호캉스를 오면 물놀이+방에서 콕 하고 뒹굴뒹굴 놀 줄만 알았는데, 기대이상의 풍족한 하루를 보내었다. 이 덕은 특히 신랑이 적극적으로 나서준 덕분이였다. "여보, 나 휴가를 이렇게 알차게 보낸게 처음인거 같애." 아침엔 산책을 하고, 낮엔 물놀이를 하고, 초저녁은 멋진 장소에 구경도 하고 - 이렇게 꽉찬 하루를 보내는 느낌이 주는 가르침이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끝(202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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