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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호주한달2024

[호주한달여행] Day17 멜번대첩, 여행의 중심에서 대판 싸우다...ㅠㅠㅋㅋ

by 완전티나 2025. 9. 3.

멜버른 박물관 MELBOURNE MUSEUM

 
서울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밤비행였으니,
여행을 떠난 날 기준으로는 18일째,
호주에 도착한 날 기준으로는 17일째,
한 달간의 여행이 무탈하게 진행되고 있던 여행의 한가운데에 해당하는 날이었다.
 
호주를 배경삼은 어느 영화 제목처럼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지 못하고, 여행의 중심에서 대판 싸웠다.
멜버른 어느 대로변 갑자기 쏟아진 폭우 속에서...
연애포함 15년 넘게 함께 보낸 시간 동안 소리 내어 다툰 첫 경험을 멜버른에서 치른 우리였다.
 
일명, 멜번대첩 ㅎㅎㅎㅎㅎ

 

 

Day17 오늘의 이동경로

Upper West Side Apartment(숙소) → (아침식사) 집에서 라죽ㅋ → 아이 게임 문제로 한바탕하고... → 멜버른 박물관 → 박물관 내 카페 DINO BITE → Queens Victoria Market 이동 중 폭우 & 멜버른대첩→ 나 혼자 툴툴거리며 간 곳이 마트, 다 떨어진 세탁세제사고, 열쇠가 없는 그들은집 근처 서브웨이 → 집에서 만나 화해하고 다 같이 COLES 가서 필요한 것 사고 버블티 사먹고 집으로 돌아옴

 

호주에서 파는 너구리 봉지라면

 
호주에서 파는 너구리 봉지라면! ㅋㅋ
호주 Coles 브랜드에서 파는 brown rice를 넣어 라죽(라면+죽)을 아침으로 먹었다. ㅋㅋ

멜버른 박물관 앞 왕립전시관 Royal Exhibition Building

 
이 날의 첫 행선지는 멜버른 박물관이다. 특별히 정해진 일정이 없었고, 날씨가 흐려 실내활동이 나을 것 같았고, 이틀 전 박물관 근처까지 왔다가 들러보지 못했던 탓에 가볼 만한 곳으로 떠올라 골랐다. CBD 내 무료트램 구간까지 트램을 타고 내려 잠시 걸으니 멜버른 박물관 앞 왕립전시관이 보이는 공원까지 왔다. 왕립전시관은 공사 중이라 내부를 둘러볼 수는 없었지만, 정원이 아주 잘 가꾸어진 유럽풍 정원이었다.

아들을 찍고있는 나 우리를 찍은 신랑

 

멜버른 박물관으로 이동하며 왕립전시관 정원에서 빨간 마스크를 쓴 것 같은 새도 만나고, 예쁜 꽃들도 만나 구경하며 산책하듯 걸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오늘 우리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마냥 그저 그런 평범한 산책이었다.

멜버른 박물관 앞 왕립전시관 Royal Exhibition Building

 
멜버른 박물관은 내게 남은 어학연수 기억 중 몇 가지 또렷하게 남아있는 장소 중 하나였다. 우리나라의 박물관이라 하면 보통 역사를 다룬 역사박물관인데, 호주는 박물관이 자연사 박물관이었다. 고래, 공룡 등 온통 박제된 동물만 잔뜩 있어서 '박물관 내용이 뭐 이래?' 하고 생각했었다. ㅋㅋ
 
한국은 국토가 좁지만 반도에 위치한 민족의 역사가 길어 70만 년에 달하는 역사적, 지리학적, 사회적 특성이 드러나는 내용이 박물관에 모여있다면, 그 반대로 남반구 거대한 대륙의 자연적 특성이 독보적인 호주는 박물관 하면  풍부한 자연의 보고가 당연한 내용인데, 그땐 관심도 없었고 그 의미도 알지 못했다. 
 
그곳에 다시 왔다.
 
20대의 내가 '이게뭐야?' 했던 내용이 오히려 필요해진 나였다.
 
그 사이 나는 엄마가 되었고,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이 되다 보니 자연사박물관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되었다. 

Break up of Gondwana 곤드와나 대륙의 분리

 
박물관에 입장하자마자 기념품샵엘 먼저 들렀다. 박물관 출입구 바로 앞에 기념품샵이 있어서, 화장실에 다녀오는 동안 이곳이 먼저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박물관이건 미술관이건 기념품샵 굿즈를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 아이와 내가 신이 나서 둘러보는데, 글쎄 사마귀 표본이 있는 게 아닌가! 심지어 그것도 유리돔에 엄청 멋진 모습의 디오라마 형태로! 
 
호주로 여행을 오기 전 아이가 사마귀 표본이 있으면 사줄거냐고 물었고, 내가 호주에서 만난 사마귀 표본이라면 의미가 있으니 무조건 하나는 사주겠다고 대답한 둘만의 약속같은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 대화 속 장면이 현실이 되어 눈앞에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멜버른 박물관 MELBOURNE MUSEUM 기념품샵

 
그런데 이게 가격이 예상 밖에 몹시 비쌌다.
호주달러로 300달러, 우리 돈으로 30만원에 가까운 금액이었다.
하지만, 그 정도 비용도 치를 생각이 있었지만, 내게 고민거리가 된 건 저 유리돔의 부피와 형태였다.
우리에겐 아직 보름 넘는 여행이 남아있고, 기차로 이동해야하고 두 번의 이사가 남은 상태였다.
 
그렇게 갖고 싶어 안달 난 아이와 사줘야할까 말아야할까 내적갈등에 빠진 나는 이곳을 한참동안 빠져나올 수 없었다.
 
아직 박물관 구경은 시작도 하지 않은 상황인데 말이다.

멜버른 박물관 MELBOURNE MUSEUM 락커

 
사주고 싶은 마음이 큰 만큼, 사면 안될 이유도 너무 분명해서 고민이 깊었다.
 
일단, 더 고민해보자 하고 박물관 안으로 들어갔다. 
 
바깥날씨는 쌀쌀해서 겨울 옷을 입었는데, 실내는 답답한 느낌이 들어 외투를 벗어 락커에 넣었다.

멜버른 박물관 MELBOURNE MUSEUM

 
1층 상설전시장 입구는 커다란 공룡화석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하지만, 공룡보다 우리 아이 눈을 사로잡은 게 있으니 바로 Bugs Alive!!라는 살아있는 곤충 전시였다. 심지어, 전시를 대표하는 포스터 주인공이 사마귀다. 호주에 오면 그토록 좋아하는 사마귀를 잔뜩 만나길 기대했으나, 쉽지 않았다. 

멜버른 박물관 MELBOURNE MUSEUM 사마귀

 
 

멜버른 박물관 MELBOURNE MUSEUM 사마귀

 
신이 나서 포스터 앞에서 사진도 찍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아이였다. 전시장 내부에는 사마귀 3종을 비롯한 다양한 곤충과 파충류들이 있었다. 아이는 사마귀 사육장 앞에서 노트를 펴고 관찰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단체로 관람온 호주아이들이 소란을 피우자 사마귀가 스트레스 받을까봐 사마귀 사육장을 건들지 못하도록 지키고 서있기도 했다.
 
1층 전시장을 둘러보고 바로 옆 야외전시장에서 호주의 지형이나, 새들을 만나기도 했다. 소란스럽기는 우리나라애들이나 호주애들이나 비슷하네 생각하게 만드는 학교에서 온 단체 관람객이 있었지만, 파란색 조각들을 모으는 새틴바우어를 포함한 새들도 만나고 신기한 울음소리를 들으며 구경을 잘했다.

멜버른 박물관 MELBOURNE MUSEUM 새와 곤충 표본 상품들

 
멜버른 박물관도 볼거리가 많고 그 규모가 아주 커서 다 둘러보려면 위층들도 가봐야 하는데, 일행인 아들과 남편의 반응이 대체로 긍정적이지 못한 느낌을 받아서 '이때쯤이면 커피타임 가지면서 한 박자 쉬어가는 게 좋겠다.' 하고 박물관 내부에 있는 커피숍을 찾아 지하로 내려갔다. 
 
메뉴를 고르자 하는데도 적극적이지 않은 두 사람 반응에 나도 점점 속이 상해서, 주문하려고 앞에 섰다가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이때부터 남편과 나 사이에 냉랭함이 흐르기 시작했다.
(사건을 복기해보면 그렇다.)
 
아래에서부터는 오로지 나의 관점으로 서술한 멜번대첩 그날의 이야기다. 의식의 흐름대로....

멜버른 박물관 MELBOURNE MUSEUM 기념품샵 상품들

 
 
그렇게 먹는 둥 마는 둥 침묵 속에 휴식을 취했다가, 기념품샵을 한번더 구경하며 고민을 하다가 결국, 사지 않기로 하고 검색도 더 해보고 꼭 사야한다면 다시오자는 결론을 내고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다시 길을 나섰다.

박물관을 나와 길을 나섰는데 하늘이 흐리다

 
나는 위의 사진을 찍는 것을 마지막으로 침묵한 채 두 사람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대체로 내가 계획하고 주도하고 길을 찾는 편이다. 주로 내가 미리 찾아보고, 판단하고, 그대로 결정되고 둘은 또 따라와 주고 그런 식이다. 늘 기꺼이 했다.또 내가 잘하는 일이기도 하니까.
그런데 묘하게 꼬여버린 오늘 때문에 나는 '그래, 둘이 한번 해봐. 나도 따라가기만 하는 거 한번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이동수단이나 길 찾는 것에 대한 어떤 의견도 내지 않고 따라 걷기 시작한 것이다.
 
퀸빅토리아 마켓으로 목적지가 정해진 듯했다. 
 
아이가 깨진 채 지퍼백에 든 폰을 보며 길을 찾는듯했고, 남편도 아이가 보는 대로 마냥 따라가는 듯했다.
지도상으로는 맞는 길을 찾아가고 있었다.
 

멜버른박물관에서 QVM 방향으로 걸어가던 중 비를 만나 비를 피해 노란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분위기는 이미 냉랭했고, 한참을 걸었다. 
 
그때였다. 
 
비가 한두 방울 떨어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쏴아- 하면서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멜번대첩 2분전 우리가 비를 흠뻑맞은 폭우가 내린 이 곳, 지금보니 올드멜번감옥이다 ㅋㅋㅋ 터가 안좋았네!!!!!!!

 
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강한 빗줄기였다.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우리는 일단 보이는대로 길을 건너 1층이 필로티인 빈건물 앞으로 가서 비를 피했다.
 

"뭔데, 지금 뭐하는건데, 어쩌자는건데?"

뾰족한 말이 내입에서 먼저 튀어나갔다.
 
비는 오는데, 길 모르는 아이에게만 길 찾는 모든 것을 맡겨둔 채 걷는 신랑에게 화가 났던 것이다. 

비를 피해 숨은 필로티 아래 이 곳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싸웠다.

 
"그럼 당신이야 말로 뭐 하는 건데? 왜 그러는 건데?"
 
"왜! 나만 일정짜고, 길찾고 다해야되는데? 나도 따라가는 것만 해보자 그게 잘못됐어?" 

 

"갑자기???????"

 
남편과 내가 둘의 존재를 알고 지낸지 십수년이 된 동안
처음으로 소리지르며 싸움을 했다.
길거리에서 고래고래
 
이하생략....
 

구글지도로 멜번대첩 장소를 찾았다.

 
됐다. 됐어. 혼자 가겠다는 신랑말에 화를 버럭내며,
내가 먼저 홱 하고 돌아서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냅다 걸었다.
 
길눈이 밝은 나는 금세 익숙한 길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스콜같은 비는 이미 그쳤다.
 
혼자 씩씩거리며 생각했다.
아 몰라 나 없이 한번 맘대로 해봐라!!!!!!!!!
 
근데, 뭐, 나도
하... 갈 곳이 없다.-_-;;
 
그래서 결국 혼자 툴툴 거리며 간 곳이 집 앞 Coles 마트였고,
그 상태에서 한다는 짓이 다 떨어진 세탁세제 고르는 짓이였다.

아이구... 나란 인간도 참.... -_-;;;

그와중에 수박사고 치킨사고 장을 봤고, 곧장 집으로 왔다. 
그리고 집에 오니 하늘은 무심하게 맑고 ㅈ1ㄹㅏㄹ이다. (당시의 솔직한 내심정)
 
열쇠도 나한테 있어 저 둘은 나없이 집에도 못간다.
 
이봐라, 열쇠도 만날 나만 챙기지!!! 이런게 얼마나 신경쓰이는 줄아냐고!!!!

종일 흐렸던 하늘이 거짓말 처럼 맑아졌다

 
잠시 후, 로비에서 공동현관을 열어달라는 호출이 왔다. 아들과 남편이 무사히 집에 왔다.
 
서로 어색한 사과를 했다.
 
장봐서 차려놓은 과일과 치킨, 
아들과 남편이 사온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꺼내놓고 식탁에 모여앉았다. 
 
그리고, 오늘 있었던 서로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아침부터 이미 힘들었다. 어젯밤 투어 중에 갤노트9의 펜이 사라진걸 알게되었고, 외출보다 그저 게임하면서 집에 있고싶어하는 아들과는 아침에 이미 한번 세~~게 푸닥거리를 하기도 했다. 우리는 같이 여행을 하고자 와있는데, 그날의 일정이나 이동방법, 길찾기, 뭐할지 모두 내가 정해야하는게 힘들다. 내가 무슨 가이드냐? 물론, 내가 가장 호주여행을 오고 싶어하긴 했지만, 모든 준비를 내가 한거 아니냐... 여기 와서까지 나만 신경쓰고 나만 걱정하는 것 같다...
그리고, 뭔데 대체 어? 박물관에서 이미 시큰둥했어. 더울까봐 락커에 옷을 넣자고 하니 괜찮다더니, 결국 옷벗고 계속 들고다니질 않나, 박물관 구경하는 동안 애 옆에 지키고 서있는건 나뿐이고 자꾸 저쪽가서 핸드폰만 하질 않나... 싫으면 싫다고 하던가. 둘다 찡찡거릴때 되서 기껏 카페갔더니 음료 고르래도 직접 주문하면 될 걸 내 뒤에서서 시키질 않나... 박물관 나가서 뭐할건데 다음 일정도 다 내가 짜야되네... 어? 갑자기 시장가자고 하면서, 시장 문닫을 시간 다됐는데, 걸어가기 시작하고 어? 애 혼자 지도 보게 두고 뭔데? 참나... 뭐하자는 건데?
 
반면 신랑은 혹시 내가 표본사지 말자고 해서 화난거야? 시장가자 해놓고 카페는 갑자기 왜가자는건지? 그러다 왜 혼자 갑자기 화내고 화나면 꼭 모든걸 확 놔버리는(카페에서 주문할때 나몰라라하는) 내 태도가 싫었다고 했다.
 
(글쓴이는 나라서 내입장만 길게 씀ㅋㅋㅋㅋㅋ 억울하면 댓글다세욤ㅋㅋㅋ)

Toppings n Tea Spencer

 
그래도 이게 정말 다행인 것이 우리가 여행 중이고, 그 사이 발전해서, 시간 오래 끌지않고 대화로 금방 풀었다고 자찬했다. 화해무드로 혼자갔던 마트를 다같이 다시 가자며 산책겸 마트로 갔고, 아이의 깨진 휴대폰을 수리하기 위해 테이프를 하나사고, 아시안 마트에서 한식도 잔뜩사고, 아이가 늘 궁금해했던 토핑을 골라 사는 밀크티도 사먹었다.
 
달이 참 이쁘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멜번대전 그날밤 달은 참 밝았다

 
우리는 이날 이후
Is everything OK?
자, 다들 괜찮으신가요? 
다들 문제없으시죠?
자, 다 clear 한가요?
서로의 의중을 확인해가며 평화의 날들을 이어갔다.
 
그리고 아들은 아직도 그날을 이야기하며 우리를 나무란다.
 
그렇지, 그 날의 가장 후회되는 부분은 네가 보는 앞에서 크게 싸웠다는 점, 불안감을 주었다는 점이야.

정말 너무 미안해ㅠㅠ 잘못했어.

백번 사과해도 모자를테지...
 
 

근데 너가 자꾸 그날 얘기 막하니까 좀 억울한게..... 
엄마아빠 그날 딱 한번 뿐인데,
이제 그냥 넘어가자!!!!!
엄마아빠 이정도면 부부싸움 없는 편이거든......?ㅋㅋㅋㅋㅋ
 
여보 사랑해
 

-다음이야기로 계속...(2024.09.19 THU)
 

 

오늘의 지출

사용처 항목 금액(AUD) 구분
DINO BITE 멜버른 박물관 내 카페 10.64  
멜버른 대첩 후 나는 COLES(세탁세제, 수박, 치킨, 오렌지 등) 40.55  
그들은 서브웨이 24.55  
화해하고 COLES(아마도 스카치 테이프) 3.95  
CROWN ASIAN SAPENCER(아시안 식품마트, 컵라면, 김치, 햇반) 29.73  
Toppings n Tea Spencer(보바티) 14.84  
  total AUD 124.26